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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에서 온 질문

"호기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결국 좋아하는 일을 만나게 된다."

by 와이직 2026. 7. 27.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정작 이런 질문에는 쉽게 답하지 못한다.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 생겨날까.

처음부터 내 안에 있는 걸까. 아니면 살아가면서 만들어지는 걸까.

 

최근 이 질문을 오래 붙잡게 만든 일들이 있었다.

한 권의 책과 한 편의 인터뷰, 그리고 우연히 본 한 아이의 이야기였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볼 기회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에는 한스라는 소년이 나온다.

공부를 잘했고, 주변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아이였다.

 

그런데 나는 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스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아볼 기회가 있었을까.

 

주변 사람들은 한스의 능력을 봤고, 한스의 마음은 보지 않았다.

무엇을 잘하는지는 중요했지만,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한스 역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는 역할에 맞춰 살아가느라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을 갖지 못한다.

어쩌면 한스는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한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찾아볼 기회조차 없었던 것은 아닐까.

 

헤르만 헤세 / 민음사 (해당 표지는 인용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출판사에 있음)

 

 

좋아해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생각을 하게 만든 장면이 하나 더 있었다.

백현진 배우의 인터뷰였는데, 좋아하는 일을 알려면 가만히 생각만 해서는 알 수 없고 직접 해봐야 안다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또 하나 인상 깊은 말을 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보다, 변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실제로 조금 더 변하는 것 같다고.

 

유튜브 《세바시 인생질문》 287회 중

 

 

그 말을 듣는 순간 며칠 전 봤던 장면이 떠올랐다.

유아부 줄넘기 왕중왕전에서 우승한 일곱 살 소년이었다.

처음에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시작은 의외였다. 누나가 줄넘기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반복됐고, 잘하게 됐고, 어느 순간 좋아하는 일이 됐다.

좋아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시작했기 때문에 좋아하게 된 것이었다.

 

유튜브《TJB NEWS》2026.07.16 |"나도 모르게 울컥"... 결국 1위 차지한 7살의 독한 끈기

 

 

그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일은 기다리는 사람보다, 움직이는 사람에게 조금 더 자주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익숙해질수록 스스로를 단정한다

그런데 우리는 점점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말을 하게 된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그건 나랑 안 맞아."

"내가 다 해봤어."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경험이 쌓일수록 세상을 더 빨리 판단하게 된다.

문제는 그 판단이 앞으로의 가능성까지 결정해 버릴 때다.

한 번의 실패로 앞으로도 실패할 것이라 믿고, 몇 번의 경험으로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에게 하나의 이름표를 붙인다.

그리고 그 이름표를 벗어나는 일을 점점 두려워하게 된다.

 

 

나도 책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사실 나도 그랬다.

나는 오랫동안 책과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학창 시절에는 책을 정말 싫어했다. 교과서 말고는 스스로 책을 펼쳐본 기억이 거의 없다.

소설도, 에세이도, 인문학 책도 관심이 없었다.

나는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했고 여행을 다니며 직접 경험하는 일이 더 즐거웠다.

 

그래서 지금도 부모님은 가끔 신기하다고 말씀하신다.

"네가 이렇게 책을 좋아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어릴 적 그렇게 책을 싫어하던 아이가

지금은 쉬는 날이면 서점을 찾아다니고, 좋은 책을 선물하고, 책에서 만난 질문을 기록하는 채널까지 운영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 역시 가끔 신기하다. 도대체 언제 이렇게 바뀌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필요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한 권이 두 권이 되고, 조금씩 읽는 분야가 넓어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읽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책을 좋아해서 읽기 시작한 것이 아니고, 읽다 보니 좋아하게 됐다. 그때 알게 됐다.

'나는 책과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사실이 아니라 그때까지의 경험이 만든 결론이었다는 것을.

 

 

호기심은 나를 계속 새로운 사람으로 만든다

최근 읽은 우치다 다쓰루의 『무지의 즐거움』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그 틀에 매달리기만 하면
연속적인 자기혁신이라는 성숙의 과정을 스스로 멈추어 버릴 위험성이 생긴다.

 

 

우치다 다쓰루 / 유유 (해당 표지는 인용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출판사에 있음)

 

 

그리고 또 하나의 문장,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많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는 이야기였다.

모른다는 것은 불편하다. 하지만 다른 방향에서 보면 앞으로 알아갈 것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의 목록을 길게 만들어 보라고 말한다.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수많은 이름표를 붙인다.

나는 이런 사람, 나는 저런 사람.

처음에는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만든 설명이었겠지만 어느 순간 그 설명이 나를 가두는 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호기심은 그 이름표를 잠시 내려놓게 만든다.

'한 번 해볼까.', '왜 그럴까.', '내가 틀렸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 마음 하나가 새로운 경험을 만들고, 새로운 경험은 조금씩 새로운 나를 만든다.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 생겨날까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본다.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 생겨날까.

 

예전의 나는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 같다.

 

백현진 배우의 말처럼 먼저 여러 문을 두드려봐야 하고,

일곱 살 줄넘기 소년처럼 가볍게 시작한 일이 뜻밖의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

나처럼 필요해서 시작한 일이 어느새 가장 좋아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에게 필요했던 것도

더 치열한 노력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탐색할 시간과 자유였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거창한 시작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 작은 호기심 하나에서 시작됐다.

좋아하는 일은 호기심이 행동이 되고, 행동이 경험이 되고,

경험이 기쁨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질문

한때는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좋아하게 된 일이 있는가?

혹은 아직 해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시작조차 하지 않고 있는 일은 없는가.

 

우리는 나이가 들어 늙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잃어갈 때 조금씩 늙어가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는 것은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는 일이 아니라,

호기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