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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에서 온 질문

우리는 언제부터 평범한 하루를 놓치며 살아가게 되었을까 : 영화 《퍼펙트데이즈》가 건네는 위로

by 와이직 2026. 7. 7.

얼마 전 영화 《퍼펙트데이즈》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책, 『퍼펙트 데이즈 다이어리』를 읽었다.
영화를 본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책장을 넘기는 동안 그 장면들이 하나씩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다카사키 다쿠마 / 공드리 (해당 표지는 인용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출판사에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특별한 사건이 없다. 거대한 갈등도, 반전을 위한 복선도,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는 긴장감도 없다.
그저 도쿄에서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한 남자의 하루를 조용히 따라갈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그 평범한 하루는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 (2023년작) / 빔 벤더스 감독, 야쿠쇼 코지 주연

 
 
 
 

매일 같은 하루인데,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주인공 히라야마의 하루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화분에 물을 준다.
집 앞 자판기에서 늘 마시는 커피를 뽑고, 차에 올라타면 항상 같은 카세트테이프를 틀며 일터로 향한다.
 
도쿄 곳곳의 공중화장실을 청소하고
점심시간이면 늘 같은 공원, 같은 큰 나무 아래에서 도시락을 먹는다.
그리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고모레비(こもれび, 木漏れ日)'를 필름카메라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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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こもれび(코모레비)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을 뜻하는 일본어로 단순히 빛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시시각각 변하며 지면에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빛과 그림자의 일렁임을 담은 서정적인 단어. 한국어로는 '볕뉘(작은 틈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라는 비슷한 표현이 있음

 
퇴근 후에는 대중목욕탕에 들르고 익숙한 단골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뒤,
집으로 돌아와 책을 몇 페이지 읽다가 잠이 든다.
다음 날도, 거의 같은 하루가 이어진다.
 

영화 퍼펙트데이즈 중

 
누군가는 이런 삶을 단조롭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반복은 나를 답답하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했다.
반복되는 하루가 삶을 지루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반복은 우리를 묶는 것이 아니라 만든다

이 영화를 함께 본 뒤 가장 크게 달라진 사람은 남편이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그는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고,
매일 일기를 쓰며 조기 기상이라는 루틴을 만들었다.
예전에는 아무리 함께 아침 산책을 하자고 이야기해도 쉽게 이어지지 않았는데,
영화 한 편이 그의 삶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영화는 단 한 번도 "꾸준히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한 사람이 하루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사람은 거대한 결심보다 작은 반복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히라야마는 같은 나무를, 같은 자리에서, 매일 사진으로 남긴다.
처음에는 그 행동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하루가 쌓이고, 사진이 쌓이고, 시간이 쌓이면 그것은 어느새 한 사람의 삶이 된다.
 

영화 퍼펙트데이즈 중

 
우리의 하루도 그렇게 쌓여 결국 우리의 삶이 되는 것이 아닐까.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는 삶

영화를 보며 가장 부러웠던 것은 그의 직업이 아니라 삶의 기준이었다.

그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찍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책을 읽지도 않는다.
유행을 따라 음악을 듣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좋아하는 책을 읽고,좋아하는 나무를 바라본다.
그것만으로도 그의 하루는 충분하다.

 
어느 순간부터 하루를 살아가는 것보다
남들이 바라보는 하루를 더 의식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을 살아도 오늘을 충분히 바라볼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더 바빠야 할 것 같고, 더 생산적이어야 할 것 같고, 뒤처지면 안 될 것 같은 마음.
그렇게 자신의 리듬보다 세상의 속도에 맞춰 살아간다.
 
하지만 히라야마는 그 흐름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채워간다.
그래서 그의 하루는 단순하지만 가볍지 않았고, 평범하지만 누구보다 풍요로워 보였다.
 
 

행복은 특별한 날보다 평범한 하루에 있었다

영화 속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장면은 늘 같은 공원에서의 점심시간이었다.
나무를 바라보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사진으로 남기는 그 짧은 시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영화 퍼펙트데이즈 중

 
예전에는 행복이 특별한 날에만 찾아오는 줄 알았다.
좋은 여행, 큰 성공, 새로운 시작
 
하지만 이 영화는 조용히 말해준다.
행복은 거창한 사건보다 어쩌면 매일 지나치는 아주 작은 순간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그 순간을 알아볼 여유가 있을 때, 비로소 하루는 조금씩 달라진다고
 
 
 

나이가 들수록 원하는 삶

예전에는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더 큰 목표를 이루는 삶이 좋은 삶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새로운 도전은 소중하다.
하지만 나이가 조금씩 들어갈수록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하루가 무사히 흘러가는 것.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것.


햇살을 바라보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것.


그런 평범한 순간들이야말로
지나고 나서야 가장 소중한 하루였음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퍼펙트데이즈》 는 거창한 인생의 교훈을 말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저 한 사람의 평범한 하루를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그 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완벽한 하루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 평범한 하루인지도 모르겠다고
그리고 그런 하루는 생각보다 우리 곁에 자주 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영화 퍼펙트 데이즈 리뷰 포스터

 


오늘의 질문

당신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 언제인가요?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도,
잠시 멈춰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이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만은, 그냥 지나칠 뻔했던 당신만의 '고모레비'를 마음속에 사진처럼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의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