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S 다큐멘터리 《인재전쟁 - 시즌2》를 시청했다.
둔황의 광활한 대지 위로 수만 개의 태양열 반사판이 일제히 고개를 들고, 모여든 빛이 거대한 기둥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압도적이었다. 저 빛은 단순히 에너지를 만드는 기술일까, 아니면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거대한 '선구안'인가.
다큐를 보는 내내 든 생각은 하나였다. 기술은 국가의 운명을 바꿀 만큼 거대하게 움직이는데, 정작 그 기술을 꽃피워야 할 우리의 토양은 왜 이토록 말라가고 있는가.


'주의자들'의 소유물이 되어버린 조국
대하소설 '아리랑'을 쓴 소설가 조정래는 이런 뼈아픈 통찰을 남겼다.

조국은 영원히 민족의 것이지 무슨 무슨 주의자들의 소유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조국의 주인이어야 할 정치권은 '민족'이나 '미래'라는 대의 대신, '진영'이라는 좁은 틀에 갇혀 있다.
특히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정치권의 당파 싸움은 조선시대 그 시절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들은 서로를 향해 삿대질하고 네거티브를 일삼으며, 오직 그들의 밥그릇을 지키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
이 시기에 우리는 스스로 물어야 한다. 우리가 정말 바라는 한국의 미래는 무엇인지, 지금의 정치가 그 미래를 향하고 있는지 말이다.
AI 시대의 역설, 왜 우리는 의대에만 목을 매는가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아프게 다가온 지점은 '한국의 딜레마'였다.
세계 패권 국가인 미국은 과학기술이 곧 국가 안보이자 경제 패권임을 알기에 압도적인 R&D 투자를 이어간다.
중국 역시 공산당 체제를 활용해 국가 전략 산업에 자원을 전폭적으로 집중하고 속도전을 펼친다. 그들에게 과학기술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반면, 우리는 어떠한가? '의사가 되는 것이 최고'라는 믿음 아래, 전국의 수재들이 공학 대신 의대로 몰리고 있다.
수능 점수 1점을 위해 사교육에 모든 인재가 쏠리는 현상, 의사가 가장 대우받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최고라는 열풍은 정치인들의 밥그릇 싸움만큼이나 기형적이다. 인공지능이 산업의 판도를 뒤흔드는 이 시대에, 우리는 과연 미래를 준비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저 '가장 안전한 밥그릇'을 확보하는 것에만 급급한 것인가?

갈라치기에 낭비되는 자유, 그리고 역사의 데자뷰
이런 인재 쏠림 현상은 정치권의 갈라치기와 궤를 같이한다.
국가적 난제를 해결할 지성은 사라지고, 사적 이익이 보장되는 곳으로만 인재가 쏠린다. 정치는 이를 조정하기는커녕 표를 위해 선동한다. 민주주의라는 자유를 누리면서도 정작 그 자유를 '진취적 도전'이 아닌 '현상 유지'에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이것을 조국을 망치는 '현대판 쇄국'이라 부르고 싶다.
역사를 돌아보자. 과거 일본은 메이지 유신이라는 결단을 통해 세계의 흐름을 읽고 아시아의 패권을 쥐었다. 반면, 우리는 내부 분열에 빠져 시대의 변화를 외면했고, 그 대가는 참혹한 약자로의 전락이었다. 역사는 잔인할 정도로 정직하다.
중국은 지금 '2035 계획'이라는 국가적 총의를 모아 미래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지금처럼 '주의자들의 밥그릇' 싸움만 계속하고, 사회 전반이 변화를 거부한 채 안전한 기득권에만 안주한다면, 미래는 결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제 우리가 답할 차례다
이제 정치는 그만 싸우고,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당장의 표를 얻으려는 '비난과 삿대질' 대신, 세상이 어디로 흐르는지 읽어내는 '눈'을 가져야 한다. 과학기술 같은 나라의 핵심 엔진이 정치판의 눈치를 보지 않게 하고, 당장 다음 선거만 생각하는 단기 처방이 아니라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단단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꼭 따져봐야 할 게 있다. 지금 이 사람들이 쫓는 성공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자기들만의 안전한 울타리를 지키려는 것인지 말이다.
솔직히 말해본다. 나라를 이끄는 이들, 사회의 방향타를 쥔 어른들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하지 않을까.
눈앞의 이익만 챙길 게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눈으로 진짜 인재들을 키워내야 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무조건 의대로만 몰아넣는 게 아니라, 저마다의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과학기술 현장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국가를 먹여 살릴 동력이 되도록, 그들의 앞길에 제대로 된 교육의 판을 깔아주는 것. 그게 바로 이 시대를 사는 어른들이 할 일이고, 국가가 해야 할 진짜 숙제다.
오늘의 질문
우리는 언제까지 남의 뒤만 따라가는 후발주자로 남을 건가?
과거의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하며 힘없는 약자가 될 건가,
아니면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꿈을 심어주며 미래를 직접 설계하는 주인이 될 건가.

'🎬 장면에서 온 질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우리는 언제부터 평범한 하루를 놓치며 살아가게 되었을까 : 영화 《퍼펙트데이즈》가 건네는 위로 (0) | 2026.07.07 |
|---|---|
| 시스템의 붕괴와 과도기적 진통: 드라마 《참교육》이 던지는 질문 (0) | 2026.06.11 |
| 《나는 솔로 31기》 논란, 우리가 진짜 비난해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1) | 2026.05.18 |
| 대화가 매번 최악의 싸움으로 끝나는 진짜 이유 (feat. 《이혼숙려캠프》와 『놓아버림』) (0) | 2026.03.31 |
| 영화 《도그빌》과 세계사가 던지는 불편한 질문 - "나는 정말 다른가?" (1) | 2026.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