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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서 온 질문

우리는 단 한 번도 유교를 버린 적이 없다 - 70년대생과 90년대생 사이, 80년생 낀 세대의 고백

by 와이직 2026. 3. 19.

책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을 읽고...

우리는 흔히 우리 사회가 유교에서 꽤 벗어났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연차보단 성과, 집단보단 개인, 감정보단 합리를 중시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정말 유교와 완벽하게 작별했을까요?

 

김경일 / 바다출판사 (해당 표지는 인용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출판사에 있음)

 


아직도 익숙한 일상의 장면들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 주변엔 여전히 익숙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 부모나 어른의 말은 쉽게 거스를 수 없는 분위기

- 능력보다 연차와 기수가 우선되는 조직 문화

- 맏아들이라는 이유로 은연중에 더 많은 기대를 받는 시선
- 산 사람의 편의보다 제례와 형식을 앞세우는 문화

 

AI툴로 만든 이미지



이런 모습들을 보며 우리는 흔히 "구식이다", "꼰대 같다"라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건 단순한 개인의 성향 차이라기보다우리 사회에 아주 깊게 뿌리내린 사고방식의 흔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유교는 절대불변의 진리일까요?

책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유교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유교를 절대적인 전통이나 지켜야 할 가치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유교 역시 수많은 사상 중 하나이며, 철저히 '해석된 결과물'일 뿐이라고 꼬집습니다.

공자 스스로도 "나는 옛것을 전할 뿐, 새로 지어내지 않는다(술이부작, 述而不作)"라고 했죠.
이 말은 곧, 지금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유교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진리가 아니라

특정 시대의 필요에 맞춰 누군가가 입맛대로 재구성한 사상이라는 뜻입니다.

 

 


무한 반복되는 붕괴의 사이클, ‘초법적 힘’

 

이 책에서 가장 뼈아프게 다가온 부분은 명분과 도덕이 합리적 시스템을 어떻게 붕괴시키는지 보여주는 순환 고리였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사이클은 이렇습니다.

새로운 도덕의 깃발 → 과거 청산을 위한 초법적 힘 → 룰(Rule)의 파괴 → 전문가 집단 위치 박탈 → 객관적 경보 장치 무력화 → 사회 붕괴 → 수습을 위한 또 다른 도덕의 깃발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법과 상식 위에 군림하는 '초법적 힘'입니다.

새로운 세력은 늘 '도덕'과 '과거 청산'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 힘을 휘두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 분야의 진짜 스페셜리스트(전문가)들을 내쫓고, 그 자리를 정치적인 인물들로 채워 넣습니다.

결과는 참혹합니다. 사회가 위험에 빠졌을 때 울려야 할 '전문가들의 경고 사이렌'이 고장 나버리는 겁니다.

일제 강제병합이나 IMF 외환위기 같은 국가적 재난은 이렇게 시스템과 경보 장치가 무력화되었을 때 찾아왔습니다.

더 소름 돋는 사실은, 이 불투명한 유교적 권력 구조 때문에 붕괴를 맞았음에도

우리는 반성 대신 "다시 도덕성을 회복하자"며 또 다른 도덕의 깃발을 흔든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다시 붕괴의 사이클로 기어들어 가는 어리석음의 반복입니다.

 

 

자본주의 포장지 속의 유교

우리는 분명 성과와 효율을 최우선으로 치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이 원칙대로만 돌아가진 않습니다.
분명한 규정과 시스템이 있어도 인맥과 관계가 더 큰 힘을 발휘하고, 명분과 권력을 쥔 윗선의 말 한마디에 원칙이 무너지는 경험을 종종 합니다.

겉포장지는 합리와 효율을 말하는 자본주의인데

정작 위기가 닥치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에는 합리적인 '룰'보다 유교적인 서열과 권력이 작동하는 겁니다.



철저히 실패했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은 것

과거의 뼈아픈 역사를 보면, 유교적 명분론은 철저히 실패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교는 우리 안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필요할 때마다 유교적 사고방식을 아주 유용한 무기처럼 꺼내 씁니다. 

인간관계에서, 조직에서, 그리고 사회 곳곳에서 말이죠. 그리고 씁쓸하게도 그 방식은 지금도 꽤 잘 먹힙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걸까요?

그래서 헷갈립니다.

 

1980년대생인 저 역시 이 모순 속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직장 생활 내내 60~70년대생 상사/선배들과 90년대생 후배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왔으니까요.

머리로는 윗사람들의 유교적이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를 이해하며 따랐습니다.

그러면서도 당당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90년대생 후배들을 보면 내심 부러웠죠.

하지만 동시에 '저건 좀 심한 거 아닌가?'라며 꼰대 같은 불편함을 느끼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찝찝한 감정.
그것은 결국 우리 사회 전체가 겪고 있는 혼란과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머리로는 합리를 외치면서도 학연과 지연 같은 관계의 끈을 놓지 못하고,
개인의 존중을 말하면서도 끊임없이 타인과 집단의 눈치를 봅니다.

결국 우리는 유교를 완전히 내다 버린 것도, 그렇다고 온전히 지키고 있는 것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는 사회인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질문

우리는 정말 유교에서 벗어난 걸까요?
아니면, 겉모습만 바꾼 채 우리의 이익과 욕망을 채우는 도구로 '유교'를 계속 이용하고 있는 걸까요?

오늘의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