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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서 온 질문

『왜의 쓸모』를 읽고... 이유는 설명이 아니라, 관계를 드러내는 언어

by 와이직 2026. 1. 12.

이 책을 읽고 난 뒤 사람들의 말에서 ‘내용’보다 ‘이유의 형태’가 먼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설명할 때

그 설명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순간도 있고, 이상하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말솜씨의 차이라고 생각했는데『왜의 쓸모』를 읽고 나니,

문제는 말을 잘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의 이유를 선택했느냐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찰스 틸리 / 유유 출판 (해당 표지는 인용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출판사에 있음)

 

 

“이유의 제시는 사회적 활동이다”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건조한 정의처럼 느껴졌으나 책을 끝까지 읽고 나니,
이 문장은 이유라는 것이 개인의 머릿속 논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작동하는 행위라는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흔히 이유를 ‘설명’이나 ‘정당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유를 통해 사람들이 관계와 힘의 구조를 조정하고 드러낸다고 말합니다.

 

 

이유를 들여다보는 네 가지 프레임

책에서는 사람들이 이유를 제시할 때 사용하는 방식을 다음 네 가지 프레임으로 구분합니다.

  • 관습 : 태업, 파격, 비범함, 행운에 관해 관습적으로 용인되는 이유들
  • 이야기 : 인과 관계를 설명하는 서술
  • 코드 : 법원 판결, 종교적 참회, 메달 수여 등의 행위에 관여
  • 학술적 논고 : 데이터와 이론, 논증을 통해 전문성과 권위를 확보

책에서는 이 프레임들을 보편적–구체적, 공식–인과적 설명의 축 위에서 표로 함께 설명합니다.

  보편적 구체적
공식 관습 코드
인과적 설명 이야기 학술적 논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제시되는 이유가 질서정연, 기술적이며 일관된 체계가 두드러진다.
'보편적'이라는 이유는 많은 이가 폭넓게 이용할 수 있지만
'구체적'이라는 이유를 사용하려면 화법을 집중적으로 훈련받을 필요가 있다.

 

 

이 구분이 흥미로운 이유는 말의 종류를 나누는 데서 그치지 않고,
행위–관계–이유가 어떻게 엮이는지를 구조적으로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점은 어떤 프레임이 더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관계에서 어떤 프레임이 선택되었느냐가 대화의 성격과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는 점입니다.

 

같은 행동을 설명하더라도
왜 어떤 이유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왜 어떤 이유는 거부감이나 불신을 낳는지...

이 책은 그 차이가 이유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선택된 프레임과 관계의 맥락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이야기’ 아닐까?

책을 읽는 내내 이 질문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결국 사람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은 이야기가 아닐까'

 

관습은 때로 답답하게 느껴지고, 코드는 차갑게 느껴지며, 학술적 논고는 어렵게 느껴집니다.

반면 이야기는 맥락을 만들고, 감정을 공유하게 하며, 상대의 선택을 따라가게 만듭니다.

 

흥미롭게도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도 말합니다.

앞서 설명한 내용을 정리하며 ‘양질의 이야기’란 무엇인지,
그리고 학술적 논고를 어떻게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를 함께 이야기합니다.

 

학술적 논고, 전문가의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처럼 보일 정도지만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것은 근황을 나눌 때 사용하는 일상적인 이야기와는 매우 다르다.

이와 같은 최상의 진화론적 설명은 "양질의 이야기"이다.
인과적 과정을 단순화하여 이야기 형식을 취하지만,
논리적이고 전면적인 학술적 논고에서와 같은 자격과 인과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양질의 이야기는 제한된 틀 안에서 행위자와 행위, 원인과 결과를 정확히 설명한다.

"양질의 이야기"는 듣는 사람의 지식과 열정에 따라 달리 전달되어야 한다. 
양질의 스토리텔링은 관계적 작업임을 명심하자.

책의 내용 中

 

 

이유를 보면 관계가 보입니다

『왜의 쓸모』가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대화 속에서 어떤 프레임의 이유를 제시하는지를 살펴보면

그 사람이 맺고 있는 관계의 성격을 어느 정도는 읽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왜 그렇게 설명하는지, 왜 굳이 그 방식을 선택했는지.

이유는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자신이 서 있는 자리와 상대와의 거리를 드러내는 언어였습니다.

 

이 책은 이유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는 시도이며,

읽고 나면 타인의 말보다 이유를 붙이는 방식이 먼저 보이기 시작하는 책이었습니다.

 

 

오늘의 질문

나는 어떤 이유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이유를 말할 때, 그 이유는 어떤 관계의 사람을 향해 쓰이고 있을까?

 

오늘의 질문